경포대에서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는 사람들을 보다 문득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갈매기들이 먹이를 입에 물고 곧바로 먹지 않고, 바다 위를 한 바퀴 크게 돌고 다시 돌아와 또 먹이를 받아먹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몇 마리가 그런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갈매기가 동일한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인가 싶었지만, 계속 지켜보니 이 행동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는 듯했습니다. "왜 갈매기들은 먹이를 받으면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먹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이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갈매기들은 왜 한 바퀴를 도는 걸까요?
1. 천적을 경계하는 본능적인 행동
갈매기들은 하늘을 날며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새이지만, 바닷가에는 천적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독수리나 매 같은 맹금류가 상공을 선회하며 먹잇감을 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먹이를 받은 후 곧바로 먹지 않고 한 바퀴 도는 행동은 주변을 살피고 안전한 환경인지 확인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하늘에서 급강하하는 천적이 있다면, 바로 도망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군집 내 질서 유지
갈매기들은 사회적인 동물로, 떼를 지어 생활하며 먹이를 공유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체 수가 많다 보니 먹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먹이를 받고 한 바퀴 도는 행동은 다른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뺏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 "내가 이걸 가져갈 거니까 따라오지 마!"라는 무언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군집 내 먹이 질서를 조율하는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3. 비행 특성과 바람을 이용한 행동
갈매기는 바닷가의 강한 해풍을 이용해 오랫동안 비행할 수 있는 새입니다. 그런데 먹이를 입에 물고 바다 위를 선회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행동일까요?
- 갈매기가 한 바퀴 선회하는 동안 바람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다음 먹이를 노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혹은, 먹이를 삼키기 전 몸의 균형을 잡거나 적절한 자세를 취하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4. 특정 지역에서 학습된 행동일 가능성
갈매기들은 학습 능력이 뛰어난 새로, 특히 관광지에서 사람들에게 먹이를 받는 갈매기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을 최적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예를 들어, 경포대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은 경험이 축적되면서 일정한 행동 패턴이 지역적으로 형성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같은 방식으로 새우깡을 던져주는 사람이 많다면, 갈매기들은 점점 더 이 행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경포대 갈매기들만의 특화된 행동일 수도 있다"는 가설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의 반복적인 패턴
갈매기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행동을 자주 합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1. 비둘기의 머리 까딱거리는 행동
비둘기는 걷거나 먹이를 쪼을 때 머리를 까딱거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 행동은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 시각 정보를 정확하게 얻기 위한 행동입니다.
- 비둘기의 시야는 넓지만 초점을 정확히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거리감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2. 고양이가 먹이를 앞발로 몇 번 건드린 후 먹는 행동
고양이는 사냥 본능이 강한 동물입니다.
- 먹이를 앞발로 툭툭 건드린 후 먹는 행동은 먹이가 안전한지 확인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일 가능성이 큽니다.
- 혹은, 먹이를 더 흥미롭게 느끼기 위해 본능적으로 놀이와 사냥을 결합한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3. 강아지가 빙글빙글 돌면서 자리를 잡는 행동
강아지들은 자리에 눕기 전에 빙글빙글 도는 습성이 있습니다.
- 야생에서 풀이나 흙을 눌러서 편한 자리를 만들던 습관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 또한, 주변에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합니다.
4. 닭이 모래 목욕을 하는 이유
닭이 흙을 뒤집어쓰며 구르는 행동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 닭은 깃털 사이에 기생충이 생기기 쉬운데, 모래를 몸에 묻혀 이를 제거하는 자연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
마무리하며
처음에는 단순히 "갈매기가 왜 새우깡을 한 번에 안 먹고 도는 걸까?" 하는 가벼운 궁금증에서 시작했지만, 살펴보니 여러 가지 가능성이 존재했습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먹이 경쟁이나 환경 적응의 일환일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행동 하나에도 자연의 질서와 동물들의 본능이 담겨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갈매기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규칙적인 패턴을 보이는데, 이런 행동들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분석해 보면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다시 바닷가에서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던질 일이 있다면, 그들의 행동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또 다른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